이별_노의정 Roh Eui Jeong_2025.11.12-11.20

나의 작업은 자연의 생명을 찾아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변에 동식물들을 기르고 가꾸면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났다가 떠나는 과정 속을 보며 생명과 가깝다가도, 그렇기에 더욱 죽음과 가까운 순간들을 만나곤 했다. 생명과 죽음은 언제나 함께 한다.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찰나로 끝이 나고, 정성으로 키우던 동물의 죽음은 더욱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의 작업 안에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그 생명의 끝, 그리고 남겨진 자의 마음이 함께 들어있다.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땅을 고르게 하는 것과 같이 흙의 질감을 형상화하여 캔버스를 칠한다. 주로 수용성 물감으로 채색한 그 화면 위에 크레용을 사용해 사람이나 동물을 그린다. 선으로 많이 표현된 이 형상들은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형태를 단순화하여 나타냈다. 각 형상은 특유의 자세나 표정을 가졌으며, 대부분 한 작품에 하나씩 등장시켜 일종의 ‘초상화’처럼 보이게 하였다. 우아하지 않고 우스꽝스럽게도 보이는 이 이미지들은 대체로 왜곡되어 있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었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보이도록 원근법과 비율을 무시한 동물의 형상과 낙서처럼 보이는 글자들을 배치했다. 농장 안에서 태어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지배했던 상실감과 그것에서 파생된 무기력감, 자기비하적인 면들이 위와 같은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것과 동시에 생명의 찰나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행위가 캔버스 위에 새로운 생명의 힘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처럼 본인은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생명을 찾고 그것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생명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 그러나 순환하는 생명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우리는 그 생명을 통해 죽음의 아픔을 치유하며 우리의 생명을 이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이 담겨 있는 작업을 통해 나와 같은 아픔을 느끼는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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