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FLUX-삼인전 part.1_용선, 이강욱, 한송준_2023.11.4-11.18

색색의 펜으로 스웨터를 캔버스에 펼쳐놓던 용선 작가는 최근 생명이 다한 꽃이나 벌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멈춤’의 상태에 놓인 것들은 한때 살아 있는 꽃이거나 벌레였다.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발견한 재료를 캔버스에 옮겼다. 한편으로 그가 지속하는 영상 작업 또한 자연의 시간과 한 번쯤 조우하는 어느 순간에 집중하여, 주변을 끌어들이거나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자연의 현상으로부터 획득한 소재는 용선에게 여전히 흥미 있는 재료이며 세련된 미술적 장치들을 부드럽게 우회하는 길이다.

우화 같은 그림, 그러나 불연속적인 리듬을 품은 듯 날 것의 느낌을 작가만의 형식으로 지속해 가는 이강욱 작가는 평면과 조각을 오가며 다양하게 조합된 캐릭터들을 창조한다. 화려한 색과 무거운 농도를 규정되지 않은 사물에 투영하고 낯섦과 익숙함을 동시에 품는다. 얼핏 어린아이가 그린 것과도 같은 형태들은 다시 보면 예리하고 드러나지 않는 칼날을 품고 있다. 익숙한 인식과 사고체계의 전복을 꿈꾸듯 이강욱의 캐릭터들은 여전히 자유로우며 동시에 날 서 있다. 

‘무거움’이라는 어려움을 빈번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한송준 작가는 철, 스테인리스, 동과 같은 금속의 물성을 활용한 작업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작업에서 그는 감각적인 색을 사용하거나 은근한 조형적 배치로 슬그머니 재료의 민낯을 감추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얇은 철사를 사용한 드로잉 작품 여러 점을 선보인다. 철과 철을 이어 붙이는 용접이라는 고된 과정은 손끝 호기심과 집요함으로 대체되었다. 묶거나 꼬는 것으로 작가의 사고체계는 즉각적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며, 초기 작업에서처럼 재료 본연의 물성을 드러낸다.

_Artspace128

그림이 종이 위를 달릴 때, 그 시간은 ‘면(面)’의 세계로 향하는 시간이다. 

그 세계는 무엇도 관여하지 않는 나만의 세계로 채워진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그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이던 나의 입이 된다. 나의 눈이 된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그렇다.

그것은 제한된 ‘네모난 형태’(대개의 경우)의 틀에서 선과 색이 종횡으로 치닫는 쟁투의 장이자 덧입히고 지워내는 타협의 장이다.

선과 색이 서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세계이자 극도의 엄밀함이 요구되는 세계 역시 사각의 틀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그래서 그림은 안전하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리 예기치 못한 상황을 상정 해봐도 사각의 프레임 안의 상황으로 국한되니 말이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의 문제이거나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피치 못할 ‘공간’의 문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면(그림)이 갖는 공간은 입체가 갖는 공간에 대한 그것만큼 복잡하지 않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는 말.

태생적으로 ‘틀’에 기대어 있는 그림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_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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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아침 강가에선 안개가 건너편의 산과 들을 감춘다

나는 이장면을 일백스물여덟 번쯤 보았는데 한번도 경이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는 목적한바 없는 개울물이 촘촘한 자갈 사이로 길을 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바람은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지나가고 물오리가 푸드득 날았다

다시 나는 낙엽, 돌맹이, 꽃, 나비,를 이해시키려 어떤 말들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것은 낙엽, 돌맹이, 꽃, 나비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떤 그림은 ‘구르는 돌’ 같아서 매번 같지만 매번 다르다

이것은 드로잉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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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 k –

보여지고 행하였던 일련의 것들이

미완의 모습으로 지나가고 있다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_한송준

전시전경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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