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외로움을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서로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숨길 수 없는 존재론적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타자와 같은 마 음을 품으려고 애를 쓰며 살아간다. 모든 존재는 숙명적으로 외로움을 껴안고 이 땅에태어나는순간, 하나의고유한이름외에또다른호칭을만나게된다. 자신 이원하던원치않던누군가의딸혹은누군가의어머니라고불리는순간, 나의정 체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최신우 작가는 생물학적 차원에서 존 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존재의 심층적 차원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최신우 작가의 작품에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마땅히 받아야만 했던 것들에 대한 동경이 드러나 있다. 아들을 낳으려고 태어난 존재로 정의되어 버린 작가는 자신이 공감할 수 없는 ‘남성의 욕망’을 관찰하고, 여성 성기를 연상하는 ‘구멍’을 투사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조각한다. 구멍이라는 공간은 ‘텅 빈[虛]’ 혹은 어둡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며, 비어 있는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궁은 애초에 텅 비어 있는 공간이었지만, 생명이 싹트는 순간 생명체가 드 나드는 경이로운 통로가 된다. 새 생명이 자리를 잡고 열 달이라는 시간을 채운 후,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는 어머니와 육체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영혼은 분리되지 않는 다원적 정체성(Plural Ident i ty)을 띠게 된다. 작가는 구멍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서 기존의 고정된 여성성으로부터 탈주하려는 욕망을 작품으 로 분출한다. 이제는 구멍에서 벗어나 멀리서 그저 바라보는 행위로 과거의 고정된 실체를 끊어내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녀는 주무르고 빗는 과정을 거치면서 공허한 상실감을 치열하게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작품 표면에 스스로 흐르는 듯한 비정형 의 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고,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흐르는 존재를 표 상하기도 한다. 최신우 작가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은 무수한 선긋기의 반복적 수 행을 통하여 초시간적 무한성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거듭 덧칠된 색들의 조합은 때 로는 선명했고, 때로는 모호했던 정체성을 표상한다.


구멍의 텅 빈 공간을 바라보라. 어느새 작가의 ‘눈[目]’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신우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공존했던 장소에 ‘눈’을 그려 넣어, 그녀와 한 몸이었 고 동일시하려 했던 자기 존재를 바라본다. 유독 눈을 강조한 이유는 정체성 혼란 을 겪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고자, 마음의 창인 눈의 표정을 그려 넣는다. 과거 ‘나’와 무관한 존재가 아니었던, 어느 부분에서 ‘나’였던 존재를 이제는 결코 동일시할 수 없는 존재론적 울타리에서 밀어내어 무수한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낸다.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가는 또 다 른 존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형태의 불확실성과 모호함 그리고 색 들이 서로 섞이고 흘러가는 모습으로부터 작가는 눈맞춤의 순간을 담아낸다.
정균선(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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