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ACTION 6_윤유진 Yoon Yoo Jin_2023.6.14-6.22

우리는 시간안의 존재로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시간 속에 산다는 것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경험한다는 것은 기억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은 경험의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 기억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한다. 우리의 기억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은 흘러감으로 기억은 ‘과거 기억’이 된다. 그 과거 기억 없이,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이러한 우리의 기억은, 영상처럼 이미지화되어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 저장된다. 본인의 작업은 일상을 하루하루 습관처럼 살아가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상 속 그 시간들 속에 기억들이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빼놓을 수 없다.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말은 ‘변화’안에서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 변화를 ‘기억’하는 것이 바로 ‘지속’한다는 것이다.기억은 현재나 미래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현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도 과거이고,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을 기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언어, 관계 또는 개인적 정체성을 배우거나 발전시킬 수 없다. 그 어떤 기억이라도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 등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생생한 기억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장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인지될 때는 주로 기억과 관련된 대상의 소멸 혹은 상실로 인해 그 부재를 인지할 때이다. 그것들이 특정 대상의 소멸로 인한 상실감이, 역설적으로 그 대상과의 기억을 특별하게 인지하여 다른 기억과 차별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종종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 특별하게 인지된 기억은 다른 기억과 그 구성 매체, 예를 들어 동일한 장소나 동일한 사물로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인에게 있어서는 다른 것과는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것으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집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잊혀져가는 기억에 대한 ‘망각’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인은 ‘망각’이라는 것 자체가 이루어져야지만 우리의 머릿속에도 또 다른 기억이 들어설 공간이 마련된다고, 그러므로 망각은 정상적인 것이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망각된 기억들은 머릿속 깊은 곳에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슬며시 떠올라 회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회상의 지점이 아니다. ‘망각’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서처럼, 어떤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 ‘망각’일까? ‘망각’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실을 잊는다는 것은 기억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그 기억으로부터, 그 사실로부터 선택되어진 이미지를 개인적인 생각으로 각색하고 이미지화 시킨다. 왜냐하면 그 과거 기억은 사실이 아닌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석되어진 조각조각 흩어지는 기억의 끝을 화면 안에 집약시켜 표현한다.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미지와 색채를 찾는다. 그것은 늘 보았던 익숙한 이미지였을수도,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던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를 선택함에 있어 강렬했던 느낌의 기억에서 끌어낸다. 그러한 기억 속 이미지의 장면을 환기하면서 재구성 한다. 구체적인 장소나 대상의 재현이지만 그로부터 벗어나 상상과 추상이 작동된다.

  또한, 본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삼각형의 의미는 ‘불안’의 상징으로서 나타난다. 삼각형은 역사 전반에 걸쳐 시각 예술에 사용되어온 구성요소이다. 흔히 삼각형의 모습은 피라미드 형태로 생각하기 쉽다. 본인의 작업에 있어서의 삼각형은 피라미드 형태가 아닌 역삼각형을 작품에 응용하고 있다.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형은 단단한 기초를 통해 땅에 뿌리를 내리는 형이다. 강한 기초나 안정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이 삼각형은 영적 세계로의 상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역삼각형을 생각해보자. 역삼각형은 물리적 세계로서의 강하를 나타낼 수 있다. 기호는 기의와 기표가 연합하여 만들어진다. 본인은 추상적 관념이라고 볼 수 있는 과거 기억을 기의로 놓고, 이 의미의 운반체인 삼각형을 기표로 놓아 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호를 형성한다. 물론 삼각형 자체를 기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의 기호를 상징하는 것이다. 삼각형 자체를 기호로 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기호를 말하는 것이고, 본인의 작품에서는 기의와 기표가 연합하여 생기는 기호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렇게 본인의 작업에서는 섬세하고도 정교한 겹겹의 층들을 쌓고 덮는 행위에 대상에 대한 하나의 물감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하학적 기호들, 예를 들어 삼각형이나 사각형 같은 기호들의 유기적인 형태 또는 평면적인 추상문양, 재현적인 묘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화려하고 장식적인 원색들이, 실제 그 때의 기억에 연유한 것과 본인 자신의 자의식의 표출된 부분들이 섞여 있다. 또한, 의식에서 건너온 것과 무의식에서 부각된 부분들이, 그 경계를 허물고 상호 작용하면서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일정한 모양과 방향의 기하학적 기호들의 집적이 대상에 대한 색채적 감각에 가까워지기 위한 불안의 수행적 과정의 시간성을 담고 있으며, 집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잊혀져가는 기억에 대한 은유라 볼 수 있다. 본인은 우연성과 물성의 상관관계를 재검토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다. 재료 자체가 갖는 ‘물질성’을 환기시키면서 화면의 마띠에르를 강조한다. 때로는 잔잔하고 고요하게 조화와 균열을 반복한다. 그 반복의 시간을 일상 속 습관, 기억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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