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Flux_2023 / 오완석 Oh wanseok_설리라 코퍼레이션 & 키와림 Kiwalim_깊은 심심함 : 헤엄치기_2023.3.31-4.30

작업의 몸을 그리다.

만약에,

시간이 수평으로 연결되어있고, 그 흐름을 수직으로 잘라 단면을 본다면,

그 시간의 단면은 어떤 모습일까?

이곳과 저곳을 나누는 경계는 어떤 형태일까.

경계의 시작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작업일까.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 작업의 몸이 생기고,

작업에 몸이 생기면, 그 모습을 외부로 드러낸다.

_작가노트


키와림_Kiwalim(김기훈, 김들림)

깊은 심심함 : 헤엄치기

<깊은 심심함 : 헤엄치기>는 키와림의 네 번째 협업으로 바라봄의 명상 그리고 능동적 균형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병철이 쓴 ‘피로사회’는 ‘깊은 심심함’을 발터 벤야민의 말을 빌려 “경험의 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표현한다. 즉 심심하게 지내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정신적 이완을 경험하고, 이런 시간을 통해 창조적인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심심함 의 순간을 시각화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사회의 이면적 순간과 이 심심함 사이에 균형을 찾는 데 집중해보기로 했다.

바다 마을에 사는 우리는 동네와 바다를 거닐면서, 물결이나 녹슨 표면과 같은 반복적인 패턴을 바라보며 심미적 관찰을 했다. 그 과정에서 세밀한 것들은 흐려지고, 또는 뭉쳐지면서 어떤 인상으로 남게 되다가 완전히 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아마도 ‘멍때리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두 작가는 명상의 시간일 수도, 멍때리는 상태일 수도 있는 장면들을 수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 장면들은 순식간에 반복되는 이미지로 생산되어 남겨졌다.

물이 담긴 바가지와 바다에 떠밀려온 부표는 깊은 심심함을 유도하는 사유물로써 일상적 오브제와 그동안 사유했던 순간과 장면을 찍은 이미지들이 결합하여 사유의 장면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동시에, 중간중간 보이는 영상에는 각 피사체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주체가 되는 한 피사체가 아주 느린 움직임으로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균형을 잡으며 나아간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헤엄치기”라고 정의했다.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수영이라 말할 수 없고,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부유한다고 말할 수 없다. 방향을 가지고,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여유로운 이 상태를 “헤엄치기”라고 말하였고, 이는 꽤 능동적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여유롭지만 능동적인 태도로 균형을 잡는 삶. 불안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삶. 그러한 태도를 <깊은 심심함 : 헤엄치기>에서 제시해보고자 한다.

_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