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조각_ 김명준, 김영웅, 남설, 정유빈_ 2022.12.13-12.20

2020년 대전 모리스 갤러리에서 진행 된 <조각 오류> 전시에 이어 김명준, 김영웅, 남설, 정유빈 네 명의 작가는 또 다시 사회를 이루는 조각(piece)들에 주목한다. <조각 오류> 전시에서 현대사회의 크고 작은 ‘불안’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끝없이 조각> 전시에서는 ‘시간’에 관해 탐구하고 사고해보고자 한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인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장소와 시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시간개념과 시간의 다양한 형태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명준 작가는 가상의 이미지와 풍경을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변형시키고 어떠한 ‘사건’을 연출한다. 작품 속 구름, 물결, 불들은 흐르고, 떨어지고, 폭발한다. 그의 풍경은 연속된 시간보다는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적인 시간 감각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가상의 풍경에서도 마치 현실과 같은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폭발들은 보는 이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며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김영웅 작가의 작업은 시간의 이행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작품 속 내러티브narrative가 아닌 이미지의 움직임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수많은 점, 선, 면은 끊임없이 끊어지고 부유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이기도 하고 작가가 주운 수집품들이기도 하다. 시간의 경과가 느껴지는 오브제들은 작가만의 작은 유물처럼 보이기도 하다. 일상의 흔적들을 오롯이 기록하고자 하는 기억의 행위는 과거를 환기시키며 현재와 연결된다. 

남설 작가의 작업은 꿈 속 시간이 만들어낸 기이함을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로 보여준다. 

작가의 불안에서 시작된 꿈 작업은 무질서하게 결합되고 뒤섞인 꿈의 장면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관객은 작품을 해석하려 노력하지만 이내 그것이 소용없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의 가장 비현실적인 곳인 꿈의 시간은 무엇도 예상할 수 없게 하며 그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켜볼 뿐이다. 이것은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을 받아들이고 계속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정유빈 작가는 서로 다른 맥락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공간을 구축하고 어긋남을 만들어낸다. 이 장소 없는 공간은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시간과는 반대로 정적이고, 고요하고, 차분하다. 시간이 정지한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작품 속 공간은 관객들에게 묘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지친 관객들은 이 곳이 어디에 있는 공간인지 추측하고, 발견한 후 그곳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 치유해간다. 

영원하기도 하고 덧없기도 한 ‘시간’. 현재와 과거, 미래는 빠르게 혹은 느리게 운동하며 우리의 관점과 지각을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조각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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