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풀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스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지만 무한한 생명력으로 버틴다. 시들어 죽은 것 같지만 살아있다고 온몸으로 말해주는 들풀의 모습이 경이롭다. 들풀은 오늘도 나에게 버티고 살아내는 삶을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흔들리지만 뿌리 뽑히지 않는 강인함을 닮으라고 말한다. 나도 그러겠노라고 붓을 들어 답한다.

갯버들, 강아지풀, 억새, 달뿌리풀, 양초 갈대와 같은 풀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색이 변한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색조가 흥미롭다. 그 색감과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화폭에 이미지화시킨다. 반복된 풀잎의 표현은 작은 바람에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풀잎의 바랜 빛과 잎의 모양새는 하나하나의 의미 있는 몸짓과 표정을 가진다. 이러한 다양한 얼굴을 가진 마른 잎들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운동성과 생명력을 표현하려고 한다.
_작가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