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여행_ 이덕영 Lee Deok Young_ 2021.12.13-12.21

지난해 낯선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표류하듯 지내던 기억은 마치 이방인이자, 길을 잃은 부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러했던 기억은 정해진 안식처가 없어서 일 뿐, 우리는 매일 바뀌는 건물과 공사판인 도심에서 표류하는 중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순간마다 뭉치고 부숴지는 파도처럼 도심의 건물들도 어느 순간 구축되고 파괴된다. 벅차오르던 감정들도 한순간 사라진다. 수많은 기억들도 망각을 하듯이 바다도 마찬가지로 사라지고 생성되어 그 자리에 머무른다.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잠시 현실을 잊은 듯하다. 현실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넘실대며 어느 순간 넘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늘 밀려오던 자리까지 밀려오고 제자리로 찾아갔다. 이 바다 한 가운데에 나는 없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바다와 수많은 파도 중에 나는 속할 수 없었다. 익숙함과 낯선 감각이 공존하며 붕 떠있는 듯했던 여행 속에서 나는 철저히 분리되었다.

한번은 익숙하지 않은 미로 같은 도심의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떠돌았던 적이 있다. 처음 가보는 길을 기기나 사람의 도움 없이 떠돌기로 마음먹고 나왔던 날이니 당연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긴 시간 동안 똑같은 계단과 오르막, 내리막을 몇 번 거쳐서 빠져나오니, 수평선이 보이게 넓게 펼쳐진 바다가 있었다. 수평선 끝에는 산이나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닌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었다. 구조물이 아닌 온전한 자연의 모습만을 눈에 담아 보았던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쩜 매우 비현실적인 체험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늘 봐왔던 익숙한 거리의 모습에 낯선 감각이 더해질 때 비현실적인 풍경이 된다. 바다의 모습은 항상 알고 있었던 형태와 색감이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린 드넓은 바다의 모습에 바다는 매우 낯설고 경직된 감각의 풍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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