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의 형태 Unfamiliar Form_ 정유빈 Jeong Yoo Bin_ 2021.10.26-11.3

“상상력은 언제나 제 경계들을 초월하고, 종국에는 무한에로까지 확대되기를 꿈꾼다. 무한을 지향하는 상상력은 모든 경계를 초월한다.” – 바슐라르

각자의 자리_ Acrylic on canvas_65.1×90.9cm_2021

어릴 적부터 느껴온 사적 공간에 대한 결핍은 작업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었다.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고픈 욕구가 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화폭 위에 공간을 자유자재로 분할하고 변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 충족되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 또는 소유욕은 작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 실외와 자연의 영역으로 넓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쪽과 저쪽을 확연히 구분 짓는 벽이 아닌,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문 프레임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에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더불어 프레임 밖으로 겹겹이 중첩된 풍경은 화면구성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몽환의 숲_ Acrylic on canvas_72.7×100.0cm_2021

 화면 위의 건축물과 자연은 프레임 또는 구조적으로 단순화된 면으로 배열된다. 중첩된 프레임과 면으로 이루어진 화면 위에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렇게 화면에 재구성된 공간은 확산되거나 축소되기도 하여 낯익지만 낯선 공간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차원이 다른 질서로의 도약을 기대케 한다. 화면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선들은 무한한 공간으로의 연결점이자 유동적인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 선들 사이에 유영하듯 배치된 형상들은 화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낯익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하고도 낯선 것으로 다가간다. 대상의 해체와 재구성 그리고 왜곡된 형태를 통해 비일상적인 의식의 흐름과 같은 시간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형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잠재된 가상의 세계를 암시한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에 의해 가려진 자연 풍경처럼 익숙함에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수집한다. 기억을 통해 수집된 이미지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고, 변형되어 머릿속을 유영하듯 떠다닌다. 처음 발견했을 때의 형태와 색감은 중요하지 않다. 익숙한 장소에서 당연시했던 것으로부터 특별하게 촉발된 낯설고 새로운 느낌의 이미지를 작업으로 옮기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던 대상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온다. 계절이 지나면서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갈라지고 벗겨진 나무껍질의 형태와 색, 빗물 고인 웅덩이, 덩그러니 떠 있던 구름 조각, 건물 틈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산의 형태와 차도 위에 그어놓은 곡선, 건물마다 포인트로 칠해진 색 면까지 당연시하던 것들, 식상하고 하찮아 보였던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비일상적 세계를 엿보는 틈이자 통로라는 생각이다.

 J.K.롤링이 쓴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가기 위한 연결 통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킹스 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은 기차역의 한 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무심코 지나쳐가는 기차역일 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 통로로 인식된다.

 이렇듯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일상의 발견은 주변을 세심하게 둘러보는 관찰의 계기가 되었고,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자, 또 다른 세계로의 연결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비일상적 세계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어 만들어진다. 같은 현실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누군가에겐 특별한 세계를 엿볼 기회이자 경험이 되는 것이다.

Salt_ Acrylic on canvas_ 80.3×116.8cm_2021

https://www.instagram.com/y0ob1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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