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생존의 영역에 피지배적으로 갇혀있다. 개인과 타인의 삶이 뒤엉켜있는 복잡한 구조가 이 생존의 풍경이다. 주목하는 것은 이 복잡한 생존에서 공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들추어보는 것이다. 그 작용점은 대부분 사회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비판적인 의식과 의문점에서 시작한다. 이것에 대한 시작은 보편적인 사회관계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위선과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문에 있다. 전시는 한국전쟁 전후로 희생된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의 내용들이 바탕이 된다. 6•25 전쟁 전후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대전 역사에도 기록되어 있다. 기록에 의하면 대전 골령골에서 약 8천 여 명의 민간인이 총살 뒤 2미터 구덩이에 매장 당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골령골 유해 발굴 작업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흙속에선 여전히 수많은 유골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유해 발굴 봉사자로 참여해 흙을 파고 유골을 옮기는 과정에서 당시 학살현장의 참혹한 분위기도 함께 체험했다. 동족살인의 현장에서 인간의 위선적인 이면에 허무함이 뒤따랐다. 학살의 명분은 다른 이념과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공존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과 공존할 수 없던 것. 그것이 또 다른 생존과 공존의 방식이었다. 생존에 있어 공존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첼란의 집_가변설치_2021

꽃이 되기 위한 여정_20.0x20.0cm_판넬 위에 종이, 청사진 기법_2021

_을 위한 실험_가변설치_2021


일기_가변설치, 사운드 00:03:54_2021

물꽃이 일렁이는 밤_천, 유해 발굴지에서 채굴한 흙, 메밀꽃, 청사진기법_2021
공존이란 내게 무엇인가.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학살지에서 채굴한 흙에 메밀꽃 뿌리를 내렸다. 비록 관념에 불과한 행위에 불과하지만, 이념과 이익으로 전복된 암담한 역사 위에 공존의 틈을 만드는 것이다. 메밀 뿌리가 시간을 지닌 흙 아래로 뻗어나가 단절된 과거를 이어 기억을 상기시키는 신경계 역할과도 같다. 공존의 틈이 없다면 과거의 뿌리로 미래를 비추는 메밀꽃 또한 없을 것이다. 흙에 물을 주고 빛을 담아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자라나는 생명력을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잠시라도 치유 받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