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경직_ 권영성 Kwon Youngsung_ 2021.9.4-9.18

도시는 날마다 변한다. 어느 날 눈을 뜨면 건물이 허물어지고 공터가 생기며 비계가 서고 천막이 쳐진다. 공사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끝이 나 도로가 들어서고 터널이 뚫린다. 날이 갈수록 쾌적해지고 편리해지는 도시가 누군가에게는 이상적일 테지만 작가 권영성에게는 아니다. 

 아무런 변화 없는 삶 속에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계속 변화하는 주변 풍경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이내 과거의 기억들로 상쇄된다.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는 나는 변화를 감지하는 시각과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매번 충돌한다. 조금씩 바뀐 건지, 순식간에 바뀐 건지, 시간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혼란스럽다 못해 평온해진다. -작가 노트

작가의 언급대로 도시는 개인과 상관없이 변화한다. 도시 계획에 직접 관여하거나, 개발에 대항하며 큰 목소리를 내는 자가 아니라면 도시의 변화 앞에 개인은 무력한 객체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것뿐일까. 발 딛고 선 자리에서나마, 작은 목소리로라도 증식하는 도시 속 주체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권영성은 도시 곳곳을 바라보는 시선의 주체가 되기를 택했다. “생각의 차이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공간에서 사소한 무엇인가라도 찾아내려” 노력했다.

많은 건물과 그사이에 뻗어 있는 도로는 목적과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이상 별 감흥을 주지 못한 채 수없이 증식한다. 하지만 무감각적으로 그 위에 서 있는 여러 구조물은 이따금씩 그들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다른 존재가 되어 주변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어떤 생각의 차이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공간에서 사소한 무엇인가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노력은 항상 힘들지만 꾸역꾸역 결과를 도출해 낸다. -작가 노트

기존 그래프 작업에서 권영성은 도시의 다양한 구성물 간의 관계를 그렸다. 왕복 6차선도로와 높이, 교차로와 모서리, 발코니와 저녁노을, 전봇대와 벽의 잡초, 가로수와 먼 풍경 등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대상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래프로 엮였다.

이번 전시 <느슨한 경직>에서는 조금 더 나아갔다. 이전 그래프 작업이 도시 속 실재하는 구성물들의 관계라면 이번엔 조금의 상상을 가미했다. 도시에서 있을 법한 모습, ‘이렇게 되면 어떨까, 저렇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분포도 혹은 비례도로 표현했다. 큰 건물 중간이나 옥상에 심은 나무를 바라보며 ‘건물에서 나무가 과연 얼마나 더 자랄 수 있을까’ 질문하고 그 물음을 바탕으로 ‘나무 뿌리 단면 분포도’를 그리는 식이다.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로까지 뻗어 나가 ‘도로에 의한 지상과 지하의 관계그래프’를 이룬다. 작가가 재구성한 도시의 종단면이다.

권영성의 그림은 언뜻 빽빽한 도시를 닮았다. 그래프 혹은 도면이라는 딱딱하고 경직된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내용은 반대 지점에 있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으로 도시를 새로이 구축하는데, 그것은 기존 도시에 틈을 내고 그 사이를 횡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부드럽고 느슨하며 그렇기에 열려 있다.

관람자는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도시를 각자 마음속에서 다시 조직한다. 느슨해진 경직이 관람자의 시선을 통해 또 한 번 느슨해진다. <느슨한 경직>은 ‘느슨한 <느슨한 경직>’, ‘느슨한 ‘느슨한 <느슨한 경직>’’으로 무한히 확장한다.

글 성수진

권영성

Kwon Youngsung

http://www.kwonyou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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