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대상의 표현을 살고 있다. 이 대상은 어떠한 목적이 될 수도, 때로는 필요와 관념이 되기도 한다. 하여 쉼과 안락함의 대상이 집이란 형태로 표현되고, 교육과 자기계발의 필요가 학교와 학원을 만들고 통제와 질서의 목적이, 사회적 관념과 약속이 지금의 사회체계를 형성했다. 인간 개인 또한 자신의 생각과 의도가 삶의 형태로 표현된다. 그 형태가 무엇을 나타내든 우리는 이를 살아간다.

그렇다면 나는, 이 전시는 어디로부터 비롯되어 무엇을 표현하는가?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26의 감상을 담는다. 과학의 발전과 전쟁을 지나 지금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 하며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그 형태를 변형해 가는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그럼에도 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평범함의 감상을 담는다. 그것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내 안에서 의미가 없어진 것들에 대한 무심함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공의 지침, 불리는 호칭과 언어로 관계의 상하가 정해지는 사람의 가치, 나에겐 이들의 표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언제든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발버둥이 안타깝다. 그것들은 전시와 영상을 통해 목적 없음, 무의미함이 되어 해체된다. 영상 속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 목적 없음의 모습, 의미를 담지 않는 아니면 담지 못하는 같잖은 말들은 관객의 의식 안에서 부딪힘으로 제각기 해체되어 분해된다. 이로써 내 안에서 비롯하여 나에게서 희미해져 전시장을 부유하던 사유와 감정이 편린이 전시장을 채운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서, 이 전시를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왔다면, 다만 무의미해진 감정의 한 조각만을 획득하며 떠나게 될 것이다.


최향유
Chio Hyang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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