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들은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불안과 우울증, 결핍 등에서 얻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러한 정신적 질병들을 치유하거나 억누르려고 노력한다. 어떤 이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 수다를 떨며 털어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흠뻑 취해 털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비도덕적인 방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질병들을 치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비도덕적 행위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저마다 가진 욕망들이 점차 뒤틀린 모습으로 변질되어 발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위들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고 누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이러한 개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상향을 찾아 깊이 파고들기를 반복한다.

한잔하는 사람들 / Single channel video_HD(1080p) / 디지털 / 2019
혼자 남은 사람 / Single channel video_HD(1080p) / 디지털 / 2019
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 / Single channel video_HD(1080p) / 디지털 / 2019
첫 번째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랜덤채팅에 관한 이야기이다. 랜덤채팅이라는 카테고리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정도로 짧다면 짧지만 나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채팅이라는 행위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보편된 문화 속에 감쳐줘 있는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진행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감추기 마련이고, 이러한 행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숨겨진 욕망들을 꺼내놓는 자리로써 변질되어 버렸다.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욕망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 싶은 사람은 물론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는 사람, 완벽한 이상형을 찾는 사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 물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파는 사람 등 무수히 많은 욕망들이 포착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욕망들을 추가로 낳게 되는데, 랜덤채팅을 사용하는 이들 또한 극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상대를 통해 같은 행위들을 반복하며 자신의 욕망들을 키워나간다.
_작가노트

작업 중인 사람 / Single channel video_HD(1080p) / 디지털 / 2019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 / Single channel video_HD(1080p) / 디지털 / 2019


김홍수
Hongsu Kim
paradea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