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은 유기적인 생태계이다. 영속성을 지닌 자연의 시간 속에서 생명체에게 주어진 한정된 삶의 시계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쉼 없이 작동한다. 작디작은 미물부터 온몸으로 빛을 흡수하는 거목까지 나름의 생태적 적합성을 유지한 채 공생한다. 이들 생명체에 부여된 무게추는 경중을 저울질 할 것 없이 존재하는 것에 가치를 두며, 환경의 척박함이나 태생적 결핍마저 생존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유대감을 존속시키기 위한 결집으로 유기적인 관계맺음이 형성되고 개체가 내뿜는 생존의 아우라는 각각의 영역에 존속되고 혼재되며 나름의 질서를 정립한 거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숲이 된다. 이 원초(原初)의 공간 안에서 제각각 부대끼며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손의 군락을 이룬다.


작고 보드라운, 여리고 가냘픈, 거칠음으로 가득 찬.. 각자의 시간과 삶의 색채를 머금은 손들은 한데 모이고 쌓여 서로의 경계 안에 혼재 되어 물들고 물들이며 풍경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이 생각과 생각이 지어낸 경계는 유기적이며 유의미한 파장을 일으킨다. 이곳에서 종의 다름을 가름질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존재와 생존에 관한 암묵적인 경의만이 있을 뿐이다.
작가 노트 중_
전시전경_


오선경
Oh Sun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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