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 자전거 타는 남자–episode 4_박용선 Park Yongseon_2019.10.26-11.8

“寓話” 자전거 타는 남자 – episode 4 / 싱글채널비디오(1920×1080) / 11min 32sec / 2019

“자전거 타는 남자”는 같은 제목으로 짤막하게 짓는 글에 담긴 한 장면(episode)이다.

“자전거 타는 남자”의 구상은 2013년 처음 11분 13초로 제작된 같은 제목의 단 채널 영상 작업에서 출발한다. 같은 제목의 단편 글을 기반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몇 편의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작업이며 단편(영상) 속에 등장하는 사물을 재현하여 전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단편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의 한 편을 구성한다.

이야기 속의 남자는 언제부턴가 물이 빠진 갯바닥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여정을 이어간다. 그곳 사람들은 해질녘 물이 빠진 갯바닥을 지나는 그의 모습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황량하고 스산한 회색 빛깔의 끈적한 갯바닥을 비틀거리며 버텨 지나는 그 남자의 광경은 아득하여 앙상하고 신산하다. 비척거리는 모습은 미련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여 기이했다.

시간이 흘러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의 기이한 모습은 점차 사람들의 눈에 들어와 새겨진다.

“왜?”라는 질문은 오래된 시간과 그 남자의 부질없는 집념 앞에 숨죽였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은 모호하지만 무구(無垢)하여 행동이 스스로를 증명하고 시간에 깃들어 감돌았다.

그들은 점차 그 남자의 기이한 행동에 몸과 마음이 움직여 그의 모습과 하나가 되어간다. 아마도 그 남자의 “정체”를 닮아간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알 수 없는 기이하고 모호한 행동은 이제 모두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전염되듯 번져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으로, 몸으로 들어가 그들 자신을 깨우고 반추한다.

구두 수선장이는 비딱하게 걷는 신발을… 안경 쓴 노파는 안경 알 한쪽을 빼고 걷기.. 때가 되면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이도 있었고… 잠깐 동안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공중을 날아오르는 사람도 간혹 보였다. 시간이 정지되어 찰나이거나 무한히 연장되어 시간을 가늠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지경의 진기함이 들어찬 그런 풍경이다.

언제부턴가 그들은 이제 그들의 행동을 믿고 있었고 “일상”이라 불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모호하고 무모한. 불안과 불완전함. 사사로운. 부질없는 질문. 단편 “자전거 타는 남자”는 시간과 삶 속에 엉겨붙어 분별하기 어렵지만 그 모양과 생김이 ‘진실’처럼 보이는 것들에 관한 실재와 허구가 뒤섞이는 부조리,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말이 닿아 부서지는 것에 관한 짧은 미완(未完)의 이야기다.

박용선

Park, Yongseon
dufour@naver.com
https://blog.naver.com/duf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