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시-잡초활용법_원동민 Won Dongmin_2019.9.28-10.7

잡초만다라 / Digital Print / 100×100(cm) / 2019

“너희 집은 몇 억 올랐어?”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몇 해 전, 원동민 작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들의 악의 없는 눈빛과 표정을 확인한 후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돌렸지만, 그 질문은 계속 작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원동민 작가가 사는 곳은 서울 외곽의 공항 근처 아파트다. 이곳에서 오래 살아 비행기 소리에 둔감해졌지만, 외지인들은 어김없이 비행기 소음에 놀라 귀를 막곤 한다. 그런 탓에 집값은 늘 하위 TOP3에 머물렀다. 그러던 동네에 변화가 찾아왔다. 정부의 방침이 바뀌며 내일이라도 개발될 듯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작가가 사는 동네 또한 집값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국토부 관련 기사와 아파트 주변 호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흘렀다. 마치 긁지 않은 1등 복권을 움켜쥔 것처럼, 자신들의 복권에 상처낼 사람이 누구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원동민 작가는 순리를 거스르며 갑자기 비대해지는 도시를 ‘기형도시’라 명명했다. 그리고 ‘기형도시’ 속 ‘잡초’에 주목했다. 여러 이유로 뽑히고 버려지는 ‘잡초’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다.

Gray / Digital Print / 100×100(cm) / 2019

전리품 / Digital Print / 50×50(cm) / 2019

기형도시 / Digital Print / 50.8×72(cm) / 2019

통칭 <잡초>라 일컬어지는 식물군이 있다. 관리되지 않는 식물들을 이야기한다. 이 식물군은 경작에 방해가 되어, 미관상 좋지 않아 자주 뽑히곤 한다. 하지만 이 식물군도 아주 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냉이, 달래, 개망초 등은 먹거리로, 질경이, 민들레, 애기똥풀 들은 약재로서 기능한다. – 작가 노트

잡초활용법 / Digital Print On Banner/ 목재 / 100x100cm(each) 가변설치 / 2019

잡초를 다양한 문양으로 변형해 전시장 내부에 설치했다. 그간 주로 진행해오던 디지털 콜라주 작업 방식으로, 현수막천과 프린트를 이용했다. 여러 종류의 잡초를 드로잉하고, 잡초를 바퀴가 있는 화분 받침대 위에 놓아 인공 섬처럼 만들기도 했다. 잡초 무리를 움직여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한 작업으로, 이는 재개발로 인해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잡초이주프로젝트 / 2019.9

생존권을 보장하라!!! / 잡초, 화분받침 / 가변설치 / 2019

<기형도시-잡초활용법>에서 원동민 작가는 ‘상생’을 이야기한다. 버려지고 소외된 것들을 바라보고 이를 분해해 재조합하며 결국 ‘상생’이란 단어 하나를 꺼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모두 함께 살아가자는 제안이자, 여기 누군가 있다는 선언이다.

세운상가 재정비촉진지구 / Drawing / 29.7x21cm(each) / 2018-2019

급격한 변화는 늘 문제들을 떠안기 마련이다. 거대 자본과 성과주의적 개발논리를 앞세운 도시계획은 많은 이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졸렬한 다수결의 논리에 의해 희생당한 삶들은 거리에 모여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촛불을 켠다. – 작가 노트

Black / Digital Print / 100×100(cm) / 2019

원동민

WONDONGMIN

http://www.wond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