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 뭐하니? II_ 김대홍 개인전_ 8.3-8.12

정확히 6년 전 이맘때쯤 김대홍 작가는 캐리어에 몇 가지 짐과 카메라, 노트북 등을 챙겨 나타났다. 당시 12.8이 있던 길목은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고, 배를 드러낸 보도블럭과 짙은 먼지 사이로 슬로우비디오처럼 그가 유유히 걸어오던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모습은, 모든 프로젝트를 끝내고 어디론가 다시 돌아갈 때의 짠함과 중첩되어 한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었다.

작가는 약 2주간 12.8에서 기거하며 몇 종류의 영상을 만들었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소재로 등장시키거나, 12.8이라는 공간에서 인연이 된 몇 명의 사람들과 연출한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이것저것을 궁리하고 고민해가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전시했다. 모두 12.8이라는 공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방식이었다. 한편, 자신의 몸에 액션카메라를 부착하고 다니며 원도심의 골목을 기록한다든지, 의인화 된 특정사물의 시각을 비디오로 기록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특유의 코드를 풀어냈다. 원도심의 낯선 골목 사이사이에 보물찾기처럼 가상의 이미지들(김대홍 작가의 로봇작업에서 주로 등장했던 네모난 눈과 입을 가진 안드로이드)을 숨겨둔 후, 스마트폰을 통해 발굴해내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이는 작가에 의한 작업 과정과 관객에 의한 결과를 모두 취합하는 방식이었다.

12.8에서의 전시 후 작가는 한동안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갔다. 김대홍 작가의 상징이 된, 비닐옷을 입고 느리게 움직이는 로봇들 시리즈나, 꾸준히 지속해 온 ‘웃픈’ 동화의 한 장면 같은 페인팅을 통해 몇 회의 전시를 치렀다.

작가가 베트남 어딘가에 근거지를 마련했다는 얘기를 들은 건 일년 전쯤인 것 같다. 영상과 로봇, 인터넷 등 뉴미디어 작업을 지속해 온 그동안의 작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을 때 도통 연상되지 않을 공간적 배경 – 구름이 감싸고 넘어가는 1,600고지의 시골 마을, 오후 6시만 되면 어둑어둑 져버리는 태양, 2메가바이트 전송 속도의 인터넷 – 에 삶의 무대를 마련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순간 그의 페인팅 속 캐릭터들이 작가의 얼굴과 나란히 중첩되며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를 128에 다시 초대하고 싶어졌다.

“대홍,뭐하니?II”에서 김대홍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농촌 마을(적도 근처에 위치해 여름이나 겨울이나 밤낮의 길이가 일정하고, 높은 고도 덕에 18~24도 정도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 아침부터 저녁까지 점퍼를 입은 농부들의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일상의 잡다하고 다시는 재현불가능한 소리, 알수 없는 대화와 풍경들을 기록한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앞마당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은 무대에 올려진 연극처럼 재생된다. 지루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 작가는 그저 종종 담배를 피우거나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관찰한다.

1시부터 7시까지 전시 기간 동안의 앞마당 풍경 / 1920×1080 / 6hours / 2019

“작가들이 서양미술사 안에서 평가받고 더 좋은 커리어를 위해 일정한 코스를 따라가는 상황이 어느 순간 지루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좀 다른 길을 찾고자 베트남의 한 고산마을에 정착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도 하며, 대도시에서의 예술가의 삶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전시 기간(정확히 말하면 전시장이 운영되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대략 6시간 분량의 원테이크 영상 열 개가 재생될 예정이다) 우리는 사방이 막힌 작은 공간에서 베트남의 한 농촌마을로 이동한다. 김대홍 작가가 느끼는 공간과 바람, 일상의 소리와 작가의 모습을 슬며시 엿보는 여정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 전시 기간 실내의 온도는 영상이 촬영된 그곳의 온도 정도로 유지될 예정이다.

김대홍

Dae Hong Kim

김대홍 작가는 로봇, 설치, 뉴미디어 그리고 회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작가입니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웃음과 슬픔 사이 어디쯤에 머물며 미생의 삶을 블랙유머로 이야기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대상에 대한 웃음과 함께 그 너머의 비애를 동시에, 즉 ‘웃프다 (우스우면서도 슬프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지금은 베트남 고산마을에 지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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